[윤리글] 일본 기업들의 품질 경영의 허와 실_김종식 교수
2017.12.18일본 산업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는 품질입니다. 일본 산업계는 미국에서 시작된 통계적 품질관리(SQC, Statistical Quality Control)를 1950년대부터 배워 가면서 적용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 제조산업분야에 TQC (Total Quality Control)를 접목시키게 되지요. 이런 품질 시스템은 제조분야뿐만 아니라 건설업과 서비스업 등으로 확대되었고 1980년대에는 품질관리의 스탠더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런 품질 경영의 발전에는 카이젠이라고 부르는 지속적인 개선 활동이 뒷받침되었고 이는 완벽을 추구하는 일본의 장인 정신을 대변하는 자랑스러운 문화라고까지 칭송 받았습니다. 당연히 우리 나라 기업이나 미국 기업들은 일본의 이런 품질 경영 시스템을 벤치마킹 해왔고요.
2017년 11월 28일자 월 스트리트 신문에는 이런 제목의 기사가 보도 되었습니다. “일본 토레이가 품질 스캔들 행렬에 합류하다.” 이 기사에 따르면 유명한 일본 기업 토레이의 한 자회사가 자동차 타이어를 강화 시키는 원료에 대한 품질 자료를 조작했고 인터넷에 이 사실이 보도 되기까지 근 1년을 이런 사실을 비밀에 부쳐왔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일본 자동차 산업에 관련된 업체들의 일련의 품질 스캔들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닛산은 부적절한 차량 확인 절차를 인정하면서 1백만대 이상의 자동차 리콜을 실시했고 자동차 부품 공급 업체인 코베 철강은 차량과 다른 분야에 쓰이는 알루미늄의 품질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최근 미쓰비시 계열회사인 미쓰비시 머티리얼즈 회사는 8개월동안 표준보다 저급한 품질의 제품을 공급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카본 섬유를 포함한 토레이 섬유는 자동차, 보잉 비행기, 그리고 발열소재인 히트텍크로 유명한 유니클로 등의 업체에 공급 됩니다. 이번 사건은 보잉이나 유니클로 제품에는 해당되지는 않았다고 알려졌지만 현재 토레이의 모든 자회사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 입니다. 이 사건의 진앙지인 토레이는 자 회사인 토레이 하이브리드 코드란 회사에서 자동차 타이어와 호스의 내구성과 강도를 높이고 종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섬유의 품질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16년 7월부터 실시된 내부 조사에 의하면 2008년부터 데이터 조작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이 회사 사장은 이 데이터 조작이 위법에 해당되거나 제품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품질 경영의 허점들은 일본의 기업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 줍니다. 또 일본의 품질에 대한 국제적 명성에 흠집을 낼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당연히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 사회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된 품질 스캔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될까요? 이런 문제들은 많은 경우 단순한 현장의 실수에 의한 것도 있겠지만 실제로 경영진이 매우 높은 목표를 설정하여 그 목표를 나누어 조직 부서에 나누어 주면서 충분한 자원과 시간을 주지 않는 경우에 자주 벌어집니다. 몇 년 전 독일 자동차 회사들 특히 폭스바겐이 배기가스와 연비를 조작하기 위해 스마트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차량에 장착하여 실험실과 실제 주행 데이터를 수년간 조작해 오다가 적발된 사건을 되새기게 합니다. 이 경우 최고 경영진의 저돌적인 전략 목표인 세계 1위 자동차 생산업체가 되기 위해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과정에서 비롯 되었습니다. 까다로운 미국의 디젤차량 배기가스 규제를 회피하고자 이런 스마트한 장치를 활용한 것이지요. 일부 중역들과 기술자들이 무리하게 주어진 최고 경영진의 목표치를 맞추기 위한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 이런 스마트한 조작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최고 경영진도 이런 사실을 인지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이를 부인하거나 증거가 없으면 실제로 처벌 받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결국 무슨 방법이던 조직의 목표치를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기업 문화가 강한 기업에서 이런 사고나 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세계의 품질과 기술력의 상징인 독일과 일본에서 이런 조작이 이루어 졌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동시에 누구도 이런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시사점을 보게 됩니다. 이런 사건이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 업체들도 이런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내외부의 한 단계 높은 관리 감독을 실행해야 하겠지요. 무엇보다도 투명한 기업 문화 형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윤리 문제는 이렇듯 지속적으로 도전 받고 있습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김종식 교수
jskim@ass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