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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글] 일본 닛산, 이 회사의 구원 투수를 내쫓다_김종식 교수

2018.12.05

최근 프랑스의 자동차 회사 르노의 CEO겸 회장인 카를로스 곤이 일본 방문을 위해 공항에 내리자마자 경찰에 연행되어 현재까지 수사를 위한 구금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그는 일본의 닛산 자동차의 CEO를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역임했고 지금은 닛산과 미쓰비시 자동차 회사의 회장으로 르노의 글로벌 핵심 전략인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alliance)라는 협력체제의 추진 엔진 역할을 해 왔던 자동차 업계의 거물 중 한 사람입니다. 자동차 업계의 특성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성 확보와,브랜드와 회사의 독립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경쟁에서 마치 춘추전국 시대 큰 나라에 대항하고자 작은 나라들이 생존 유지 방책으로 채택했던 합종책과 같은 세 회사의 협력 전략을 구축하여 실행하는 구조와 조직의 정점에 있는 사람입니다.


곤 회장이 구금되자마자 닛산과 미쓰비시 자동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회장직에서 축출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곤 회장에 대한 혐의는 그가 수년 동안 받았던 급여와 보너스등의 지급 시기를 은퇴후로 연기하기 위해 매년 지불된 급여 액수를 축소해 보고했다는 것과 회사에서 그가 개인적으로 쓰는 숙소를 전 세계 여러 곳에 제공했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그가 레바논 태생으로 브라질에서 성장한 인물로서 그런 나라에 회사의 비용으로 개인적 용도의 저택을 제공했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하지만 일본 사법 당국은 그를 아직 정식으로 기소하지도 않았고 단지 닛산의 내부 제보자의 내용을 수사하기 위한 구금 기간을 계속 연장하면서 닛산과 미쓰비스의 이사회에게 그를 축출할 시간을 주는 시차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현행범이 아님에도 곤 회장 같은 사람을 이런 혐의로 공항에서 연행 구금 수사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 할 것입니다.


1999년 닛산은 경영 악화로 독자적인 생존이 힘들다고 판단하여 르노의 자본 투자를 통해 전형적인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곤 회장은 그때부터 닛산의 회생을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여 닛산의 부활을 이룬 영웅적인 인물로 부각됩니다. 인원 삭감은 물론이고 협력 업체들의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운영체계를 혁명적으로 바꾸는 등 그때까지 닛산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이 경험하거나 발상하지 못했던 ‘효율성’ 경영의 정수를 불도저식 경영 리더십 스타일로 밀어 부치고 르노와의 시너지를 통해 닛산의 재무적 경영 상태를 건전하게 만든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기때문입니다. 이런 배경으로 경영란에 시달리며 독자 생존이 힘들다고 판단한 미쓰비시 자동차까지도 2016년 르노-닛산의 얼라이언스에 편입을 결정하게 됩니다. 곤 회장의 리더십을 축으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2017년 자동차 업계의 강자인 도요타, 폭스바겐, GM 보다도 더 많은 차를 판매하는 실적을 기록하게 됩니다.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재미난 현상은 닛산이 대 주주인 로노 보다 2배나 많은 차를 판매했다는 사실이지요. 닛산은 르노라는 구원 투수에 힘입어 장기간 체질 변화와 상호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이런 좋은 성과를 내게 된 것이지요. 그런 닛산이 왜 그리 서둘러 곤회장을 축출하고 미쓰비시도 똑 같이 곤 회장과의 관계를 단호하게 정리한 것 일까요? 성과가 경영의 가치의 기준이 된 요즈음 기업에서 이런 성과의 영웅을 축출하는 일이 회장이 관련된 스캔들이나 불법적 행위에서 보호 한다는 명분만으로 설명이 될 수 있을까요?

 

일본의 기업 문화는 잘 알려진 데로 전통적인 연공서열과 한 직장에서 자기 일에 충실한 것이 존중받고 당연시 되는 가치관을 기반으로 합니다. 아무리 성과가 중요해도 이런 전통적인 직장 관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것이 바로 다수의 일본 직장인들의 마인드라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일본 자동차업계에서 자부심과 전통을 자랑하는 닛산의 임직원들 입장에서 곤 회장이 컨센서스를 중요시하는 일본적인 리더십과 달리 경영 권력을 독점적으로 행사해온 것에 대한 피로감과 반감도 누적되었을 것입니다.


닛산과 미쓰비시 임직원들은 곤 회장의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에 따른 권한이 과도했다고 생각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곤 회장은 르노의 CEO겸 회장, 르노-닛산 CEO겸 회장, 닛산과 미쓰비시 자동차의 회장을 겸임하면서 특히 장기간 르노와 닛산 CEO로 양사로부터 거액의 급여를 받아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가 닛산으로부터 받는 급여는 도요타 회장의 급여보다 거의 5백만 달러가 많은 액수라고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세 회사의 관계를 지배하는 절대 권력자로 자리매김을 합니다. 이런 역할에 따른 그의 업계에서의 위상과 높은 연봉은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일본에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과한 모습으로 비춰지게 된 것은 당연한 반응이겠지요. 이에 부담을 느낀 곤 회장은 닛산 연봉의 일부를 은퇴 후에 받는 방안을 모색하여 공개된 본인의 연봉을 줄이는 불법을 저질렀다고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곤 회장이 수년간에 걸쳐 은퇴 후 받게 될 적립된 금액이 8천2백만 달러라고 보도 되었습니다.


이번에 같이 구금된 닛산의 이사회 일원이자 전 인사담당 부사장이 바로 이런 방안을 실무적으로 모색했다는 인물이지요. 그 부사장은 미국인으로 곤 회장의 비서실장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 중역이었는데 닛산의 이사직과 부사장 직에서 모두 해고된 상태입니다. 즉 곤 회장과 그의 최측근 핵심 외국인 중역이 미쓰비시와 닛산에서 축출된 것입니다.


곤 회장은 20여년 동안 세 회사의 얼라이언스 전략의 중심에서 그야말로 망해가던 회사인 닛산자동차를 살려 낸 초능력을 가진 인물로 미디어에서 부각되게 됩니다. 닛산 임직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인물의 영웅적 스토리에 묻힌 자신들에게서 자괴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입니다. 좋은 성과 뒤에는 주어진 전략을 잘 실행해야 하는 수많은 임직원들의 노력과 수고와 희생이 반드시 있기 마련인데 그들에게 곤 회장은 혼자서 영광을 독차지 하는 ‘외국인 보스’로 비춰지게 된 것 같습니다. 한때는 물에서 빠진 사람을 구해준 영웅이 시간이 지나면서 부담스러운 지배자로 보이게 보이게 된 셈이지요.


곤 회장 스스로도 본인이 만들어 낸 전략의 성과에 대한 성과에 취해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전세계를 누비면서 스타 급 회장의 대접을 받는 데 장기간 익숙해 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본인이 특별한 존재라고 믿기 시작하게 됩니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말하는 성공한 비즈니스 리더들의 적인 휴브리스 (hubris), 즉 자만의 덫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하게 합니다. ‘자만은 모든 심리적 편향의 어머니이다 (Dan A. Moore, 2018년 1월 Psychology Today)’라는 연구 결과처럼 편향은 판단력의 밸런스를 깨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지요.


곤 회장의 지나친 자신감은 판단력의 오류로 이어 질 수도 있었을 것 입니다. 표면적으로라도 겸양하고 낮은 자세가 덕목으로 여겨지는 일본의 기업 수장들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고액 연봉과 각종 혜택을 받고 거의 숭배의 대상이 된 외국인 회장은 일본 회사인 닛산과 미쓰비시 임직원 뿐만 아니라 일본의 비즈니스 리더들과 정치인들에게도 시간이 가면서 반감을 일으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맹주 격이고 대주주인 르노에 대한 닛산 임직원의 정서는 닛산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얼라이언스 주도권에 대한 정치적 대립이 커 질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르노가 닛산과 미쓰비시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본 임직원들의 불안감과 불만이 커지게 된 것도 이런 정치적 대립을 확대시킨 인자였을 것입니다.


이런 배경으로 일본 정치권과 비즈니스 리더들 그리고 닛산의 내부 정보 제공자까지 연결된 은밀하면서도 치밀하게 진행된 곤 회장과 그의 오른팔 몰아내기 쿠테타가 진행되어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음모설은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더구나 곤 회장은 큰 그림을 그리면서 일본에 한 달에 며칠 동안만 방문하면서 소수의 일본 중역들의 말과 행동에 거대한 조직 운영을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특히 닛산에서 앤티 르노/곤 회장의 정서가 형성되는 것을 이해하거나 감지하는 것이 불가능했겠지요. 버클리의 다처 켈트너 교수가 말했듯이 조직에서 상사에게 권한이 커지게 되면 조직원들에 대한 포커스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니까요.

곤 회장은 2017년 닛산 CEO에 본인이 키운 일본인 사이카와 사장을 CEO로 지명했었습니다. 그는 이 사건이 발생하고 곧 바로 닛산의 신임 CEO인겸 회장에 취임했는데 곤 회장의 회장 축출에 대한 본인의 행동을 회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일로 힘든 결정이었다고 하면서도 회장의 행동이 ‘부끄럽고 실망스러운 일이고 곤 회장이 너무나 큰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사이카와 회장이 불과 얼마 전까지도 자신을 믿고 이끌어 준 직속 상사였던 곤 회장을 회장직에서 축출하는데 앞장섰고 곤 회장과 확실한 거리를 두는 발언을 거침없이 것을 보면 이런 음모설은 상당히 설득력을 보입니다.


역사가 되풀이 하여 우리에게 보여 주듯이 진정한 영웅담은 주인공이 살아서는 오래 가지 못하며 그가 죽고 난 다음 비로서 그 생명력을 얻게 된다라는 지혜까지는 곤 회장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곤 회장이 실정법을 위반했는가에 대해서는 일본 수사 당국이 판단하겠지만 그의 진정한 경영상의 실책은 조직에서 너무나 큰 권한을 독점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영국의 칼라일이 저서 영웅 숭배론에서 ‘영웅에 대한 숭배는 추종자들이 보내는 찬미가 아니라 도덕적 리더에게 보내는 자발적 존경’이라는 사실을 이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는 잊고 있었을까요? 곤 회장이 동경의 한 유치소에 구금된 상태에서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과 reflection을 하고 있을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김종식 교수
jskim@assist.ac.kr